저녁 8시 반이 조금 넘은 시간이었지만 하늘은 시커먼 어둠으로 뒤덮였고 길가 상점과 집도 불을 끈 채 어두운 분위기를 자아냈다.

빗방울까지 살짝 내리면서 그야말로 음산하기 짝이 없는 풍경이 연출됐다.

그런데 끔찍한 구글맵이 점점 구석진 골목으로 길을 안내한다.

그대로 따라가려니 더욱 식견이 있다

15분이면 도착하는 지름길이었지만 말이 좋아 15분이었고 어둠의 통로로만 가기에는 짧은 시간이 아니었다.

젊은 흑인 무리가 수북한 골목 벽에 기대어 연꽃을 피우며 힐끔힐끔 우리를 바라보고 있자니 등골이 오싹해졌다.

되도록 눈을 마주치지 말고 다니자며 발걸음을 재촉했고, 그렇게 구글맵을 포기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대망의 골목 계단이 등장하고 만 것이다.

와, 인간적으로 여기는 진짜 소변을 본다고. 시커먼 동굴 안으로 들어가는 것도 아니고 무슨 계단이 이렇게 음침한지. 그래피티로 어질러진 벽, 바닥에 구르는 쓰레기, 그리고

계단에 앉아 무언가를 피우는 흑인 남성.ㅎㅎㅎ 가로등도 안들어오는 시커먼 계단 중앙에 앉아있는게 아닌가. 저기 통과해야 한다고? 게다가 담배도 아닌 것 같은 느낌의 캘팬이 아닐까? 라고 생각하면서도, 어, 흑인에 대한 편견이다!
왔다 갔다 하는 마음으로 눈을 감고 지나갔다.

따라오는지 주시하면서.

다행히 따라오지 않았다.

공포의 골목을 벗어나자마자 목적지에 도착해 편안한 마음으로 밤늦게를 즐겼다.

내려가는 길, 더 안전해 보이는 길을 택했지만 만만치 않은 어둠이었다.

다리에 힘을 주고 걸었다.

이 동네 치안 괜찮아요? 저는 모르겠어요.리스본의 저녁은 포르투보다 어둡다.

대도시의 밤은 어딘가 섬뜩한 데가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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